애들 소원을 풀어줄 겸 친정에 왔다.
평소에 해 보지 못 하는 고구마도 캐 보고 가지, 고추도 따 보고.
윤지는 승민이처럼 자주 못 와 봤기 때문에 승민이보다 신났다.
승민이가 윤지만 했을 땐 외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며 넘 일을 많이 도와줘서 탈이었는데
지금은 윤지가 그런다.
가지를 한아름 따온 윤지.
신나게 칼싸움하면 노는 두 아이.
갓 따온 호박으로 된장을 끓이시는 할머니.
풀을 매시는 할아버지.
쿨쿨 자는 아빠.
벌써 그립다.
빨간 소쿠리에
한 가득 딴 가지를 들고
베시시 웃는 윤지.
그 앙증맞은 웃음 속엔
자기 자랑이 들어있다.
'엄마! 내가 이만큼이나 땄어요.'
'엄마! 더 따올께요.'
빨간 소쿠리에
한 가득 들어앉은
어린 가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