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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허수아비

나무로 된 뼈.

헌 옷으로 채운 살.

머리부터 발끝까지 헌 옷으로 멋을 내었어도

한마디 안하고 서 있던 허수아비 가족들이 시라졌다.

낮에 꼬꼬마 아이들이 와서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고 했는데.

철거를 당했다.

깜깜한 밤에 그 곳을 지나가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놀래 킨다는 이유로.

살아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더 무서운지

절대 못 움직이는 허수아비가 더 무서운지 모르겠다.

동심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더 무서운지

잃어버린 동심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 주는 하수아비

가 무서운지 모르겠다.

원래부터 그 곳에 어울리지 않은 가족들을 만든 게

잘못했나 보다. 허수아비 가족에게 몹쓸 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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