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렇게 다가오다

모모

미하엘 엔데.  차경아 옮김. 청람
 
완전 고서적 분위기가 난다. ~읍니다 시절에 번역된 책,
1989년 8월  12 일, 2판 3쇄.

알라딘에 검색해 보니 없어서 책표지 한 장 찍어봤다.
앞표지 소녀는 영화 주인공이다.
영화도 왓챠에서 찾아봤는데 책 내용이 훨씬 자세하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니 많이 잘려나간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모모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꼭 책을 먼저 읽기를.
 
모모 1974년 발표
옛~날에 읽은 기억이 나는데 시간, 회색 이런 것 밖에 떠오르지 않아 다시 한번 읽어봤다.
정확히 실토하면 오래된 책을 정리하는 중에 누런 책이 눈에 띄어 잡힌 책이다.
표지를 넘기니 남편에게 이 책을  선물해 준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생일선물로 받은 책이라 안 버리고 간직했었나 보다.
대학교 새내기였을 때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 정작 본인을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함.ㅎㅎ
모모의 작가 미카엘 엔데는 초등생들에게 유명한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쓴 작가이다.
아이들은 모모는 잘 몰라도 마법의 설탕 두 조각 책은 안다.   
둘 다 환상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현실 세계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 그런지 훅~하고 끌어당기는 뭐가 있다.
 
"아무튼 모모한테 가 보게!"   
모모는 고아이다.
폐허가 된 옛 원형 극장에 사는 소녀이다.
동네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또 도움을 주며 함께 산다.
아무것도 줄 것이 없는 모모가 어떻게 마을 사람들을 도울까?
그건 바로 '경청'이다.
마을 사람들은 고민거리가 있을 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모모를 찾는다.
모모는 눈울 맞추며 성심껏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게 다다. 모모가 특별히 해 주는 말은 없다. 그저 들어준다. 최선을 다해.  
마을 사람들은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는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모모가 놀이에 끼면 아이들의 상상력도 쭉쭉 올라가 놀이가 더 재미가 있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그래서 결론이 나지 않거나 고민이 있을 때 으레 이렇게 말한다.
"아무튼 모모한테 가 보게!"   
 
시간은 금이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이 점점 변해간다.
시가를 물로 중절모자를 쓰고 서류 가방을 들고 번듯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회색 도당들이 마을을 활보하고 다니면서부터다.
모모를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아이들만 빼고.
시간을 저축해야 한다는 회색도당의 유혹에 빠져 하루종일 낭비되는 시간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낭비되는 시간이란  일 이외에 쓰는 시간들이다.
부모님 부양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연인을 위해 4 보내는 시간 등등 돈 버는 데 보내는 시간 외에는 다 낭비되는 시간이다.
절약된 시간은 회색 도당들이 가져간다.  저축이라는 명목하에.
회색도당은 시간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람들이 시간을 저축할 수 있게 꼬드긴다.  시간을 저축하면 저축할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잃어간다.
회색도당들은 초 단위를 써서 시간을 말한다.
우리에게 주워진 일 년을 초로 바꾸고
1시간x60분x60초x24시간x365일=31536000 초. 
잠자느라 밥 먹느라 효도하느라 낭비한 시간을 초로 환산해 보여준다.
자기가 낭비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본 사람들은 회색도당들에게 넘어가 시간을 저축하고 만다. 
단위를 바꿔 사람들을 속이는 상술은 옛날부터 있었나 보다.
시간을 저축할수록 사람들의 영혼은 파괴되어 가고 회색도당들의 금고는 점점 가득 차 간다.
지금 다시 읽으니 완전 공감이 간다.
옛날에, 삶에 찌들지 않은 어린 시절에  읽었으니 이 책 내용을 그저 환상의 세계라고 여겨 공감이 잘 안 가서
내용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한참 연애하고 놀러 다니고 할 때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대해 잘 몰랐겠지, 얼마나 메마른 삶을 살지.

엄마 아빠의 삶을 조금만 들여다봤어도 알았을 것을....

우리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라고 배웠다. 
지금 낭비할 시간이 없어, 전진할 때야, 계획을 잘 세워서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계획 세우는 것은 좋지만 이 계획에 인간적인 것이 들어가지 않아서 문제다.

남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에 대한 계획은 제로이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모모와 호라박사
모모만은 회색도당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게 만드니 모모는 회색도당에게 눈엣가시이다. 
회색도당들은 모모를 없애기로 했지만 
30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으로 초공간의 집으로 피신하게 되고
그곳에 사는 호라박사와 알쏭달쏭한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호라박사 집에 있는 시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거울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시계 장면들이 떠올랐다. 
물론 호라박사는 취미로 시계를 갖고 있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은 심장으로 시간을 느낀다로  말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모모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하고 다시 호라박사에게 간다.
 
회색 도당의 최후
회색 도당은 호라 박사를 자기들 손에 넣거나 없애기로 한다.
호라박사에게 다시 가는 모모의 뒤를 밟아 시간의 경계까지 간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경계를 넘을 수 없어 그 경계를 겹겹이 에워싸고 시가 연기를 뿜어댄다.
시가 연기가 하늘을 전부 메워버리면 사람들에게 호라박사가 주는 시간 안에 회색 도당의 죽어버린 시간이 뒤섞여가게 되고 인간들이 그 시간을 받게 되면 죽는다. 
시가는 인간들의 가슴속에 있어야 할 시간의 꽃을 훔쳐 그 꽃잎으로 만든 것이다. 
그것을 피워야만 그들은 존재할 수 있다. 시가가 꺼지면 그들은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호라 박사는 모모에게 그들의 금고를 없애라고 하고 잠에 빠진다. 호라박사가 잠에 빠지면 세상은 멈추게 된다.
시간이 멈추면 회색 도당의 보급원도 끊기는 것이다.  보급원이 끊긴다는 것은 시가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시가를 뺏기 시작했고 많은 회색 도당들이 無로 돌아갔다.
모모는 가슴속에 시간의 꽃을 들고 금고를 찾아 문을 닫아버린다. 
회색 도당은 시가를 더 이상 못 만들게 되었고 모두 무로 사라져 버린다.
 
집중력 저하로 많이 쓰지는 못 했지만
장면마다 작가의 자세한 묘사에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가 저절로 펼쳐진다.
작가는 모두 저마다의 영롱한 시간의 꽃을 갖고 있다고 한다,
모든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예쁘지 않거나 아름답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심장에 손을 대고 시간을 느껴봐야겠다.
나는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지.
 
 
 
 
참고: 호라는 시간, 미카엘은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천사, 엔데는 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책.이렇게 다가오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사자 와니니  (0) 2022.07.03
시간 가게  (0) 2022.07.02
미스 손탁  (0) 2022.04.09
인공지능 시대, 십 대를 위한 미디어 수업  (0) 2022.02.20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0) 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