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간이 이리 흘렀나.
큰 아이는 군 입대를 앞두었고 작은 아이는 곧 고등학교 입학을 한다.
딱히 재주도 없는 내가 작은 아이 손잡고 동화구연을 배우러 다닌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도 더 세월이 흘렀다.
큰 아이가 초등 2학년 때인가 부터 동화구연을 배웠다.
큰 아이도 책을 좋아하고 작은 아이도 책을 좋아하니 배워두면 좋겠다 싶었다.
내가 동화구연을 배워 혜택을 많이 받은 아이는 작은 아이이다.
배우는 동안 큰 아이는 독립의 길을 걷고 있었으니.
나 땜에 고생도 많이 한 아이도 작은 아이이다. 내가 강의를 듣는 두 세시간을 꿈적도 안하고 조용히 있어야 했고 정말 그렇게 해 주었다. 그대신 아이 짐을 한가득 들고 다녔다.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기에 동화책에, 색칠공부에 간식에 장난감에. 그리고 끝나면 맛있는 점심도 사주고
지금 생각해도 작은 아이가 고맙고 기특하다. 나름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보면 같이 손유희도 하고 있고 강사님이 읽어주시는 돟화책도 같이 듣고 있다.
동화구연을 배우고 용기를 내어 도서관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아이들과 동화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고, 하면 할수록 돈은 못 벌었지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동화책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고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즐겁게 지낼까 하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었다.
동화책에 관계된 시, 손유희, 역할극을 할 수 있는 작은 이야기 등을 찾으며 수업 준비를 했다.
다행히 아이들도 나를 좋아했고 시간이 오버되어도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의 시간을 몇 장의 사진으로만 남긴게 후회가 된다.
그래서 잘 될지 모르겠지만 정리를 하기로 했다.
내가 처음 시작할 때의 막막함을 누군가도 느낄 수 있으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아이들과 1시간 30분 수업을 했었다. 대상은 5~7세.
헐 아이들이 그 시간 동안 집중을 할 수 있냐고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수업을 여러 분야로 잘 구성하면 가능하다.
수업은 동화책, 손유희, 역할극, 간단한 만들기, 동화책과 관계된 시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자기 의견을 말 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그리고 하기 싫은 것들은 강요는 하지 않았다. 그날그날 아이들의 컨디션이 다르기 때문에 감정을 존중해 주었다. 어른들도 하기 싫은 날이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찡그리고 왔던 아이들은 조금 지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열심히 하고 간다. 강요하지 않고 조금만 기다려주면 된다.
참, 손유희는 요새 유치원에서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우리 아이들은 손유희를 좋아했다. 흥을 좋아해서 인지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는 별로 없었다.
서로 짝을 이루어 음악이나 시에 맞는 동작을 짜는 것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시의 느낌에 맞게 동작을 연결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즐겁게 그 시간을 누렸다.
그리고 간단한 역할극을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참 좋아했다. 심지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아이도 같이 할 정도로 인기였다. 물론 옆에서 읽어줘야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찾고 프린트하고 수업 준비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지만 즐거웠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할지 모르겠다. 동화 구연을 꼭 배워야 하냐고.
어느 도서관에서 책읽기에 대한 강의를 들었었다.
어느 수강생이 강사님께 동화구연을 해야 되는지 물어봤다.
강사님은 '인위적으로 목소리를 꾸며서 동화를 읽어주는 동화구연은 배우실 필요가 없어요. 안 배우셔도 돼요.' 이렇게 답변을 하셨다. 단호하게 .
인위적으로 목소리를 꾸며서 동화를 읽어주는 것은 제대로 된 구연이 아니다. 강사님이 어디서 싸구려 구연을 들으신 것이다. 제대로 된 동화구연은 결코 그런 게 아니다.
나같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배우셔도 좋아요. 하지만 그것은 필수가 아닙니다. 아이들과 만나고 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보이실 거예요.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동화 그연을 배우고 싶으신 마음이 있으시면 배우셔야 합니다. 안그러면 평생 그 때 배울껄하고 후회하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잊지 마세요.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구연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진심을 담은 나의 목소리라는 것을요."
한가지 더, 동화 수업을 하시는 분들은 여러가지 도구들을 제작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분명 그것은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본질적인 책에 대한 관심을 끌지 못한다.
내 경험 상 아이들의 입에서 '오늘은 뭐 갖고 오셨어요?' 가 먼저 나오지 내가 원하는 '오늘은 무슨 책을 읽어주실 거예요?' 라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도구들은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아니면 아예 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는다. 물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도구 제작에 많은 부담을 갖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내가 하는 방법이 정석은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다들 아시리라 생각한다.
그럼 내일부터 하나씩, 이틀에 하나씩?? 어쨋든 정리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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